절약과 궁상은 한 끗차이 --;

반응형
울 남편.
칠칠치 못한 것이 성질까지 까다로운 저를 참 예뻐해 주고 사랑해줍니다.
(과장이 아니라 10분에 한 번씩은 남편의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하면, 몰매 맞을까요? ^^)

언젠가 화장품 샘플을 사용하는 저를 보고, 저 스스로는 절대 사지 않을 비싼 화장품을 사주기 시작한 이후로는 화장품 용기를 손바닥에 대고 대여섯 번만 쳐도
"다 떨어졌어? 같은 걸로 사면 되지?"
하는 통에 마음 놓고 손바닥에 치지도(^^::) 못하고 삽니다.
2009/12/22 - [부지깽이 혼잣소리] - 화장품 샘플이 남편에게 미치는 영향


휴일 외출하고 들어 오면 어느 날은 밥을 해 놓을 때도 있고(조리질하지 않아 결국은 내가 다시 손봐야 했지만), 어제같은 경우에는 밥은 있다고 찌개를 한 냄비 끓여 놔서 아주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까지도 남편이 했습니다.

이런 남편이 16년을 함께 살면서 질색하는 저의 버릇 내지는 성격이 있었으니...

바로 두루마리 휴지와 치약에 관한 사소한 저의 습관 때문입니다.



특히 주부님들 중에는 저처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신가요?
저만 유별난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더는 안 나오는 치약을 옆구리 잘라 칫솔을 넣고 몇 번 휘저으면 10번은 사용할 만한 치약이 묻어 나옵니다.
물론 옆구리 잘린 치약은 저만 사용하지요.
남편은 이 행동을 참 싫어하더군요. 어쩌면 쓰고 또 써서 치약 통 속이 깨끗해지는 마지막 단계를 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바닥에 무언가 흘렸을 때 아이들에게 휴지 가져오라고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저는 치워야 할 오물의 면적(?)을 봐서, 휴지 한 칸이나 세 칸 등 칸 수를 정해서 뜯어 오라고 합니다.
"**야, 휴지 한 칸만 가져다줄래?"
이런 식이지요.

남편은 저의 이런 두 가지 행동을 '궁상' 이라고 단정 짓고, 제발 고치라고 하더군요.
사람마다 다 달라서이겠지만, 남편은 정말 싫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펑펑 쓰는 것도 문제지만, 나처럼 휴지 한 칸에 벌벌 떠는 게 보기 싫답니다.

시각차이겠지요.
휴지 한 칸, 치약 한 덩이에 벌벌 떠는 게 아니라, 한 칸으로도 충분히 해결될걸 두 세 칸씩 사용한다는 건 낭비이고, 치약도 짜서 안 나온다고 그냥 버리는 일을 열 번, 스무 번 반복하면 치약 한 통이 그냥 버려지는 거로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 남편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치약 한 통, 휴지 하나 마음대로 못 쓰고 살게 할 만큼 능력이 안되는 건가'
생각해서 더 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 남편 그럴 능력도 충분히 되고, 물건을 쟁여 놓고 쓰는 걸 좋아하는 제 성격에 화장지나 치약쯤은 항상 쌓아 놓고 사용하지만, 마지막까지 알뜰히 사용하는 게 물건을 만드신 분들과 치약과 화장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 두 가지 습관을 고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남편은 남편대로 십몇 년을 살아도 적응이 안 되는 듯해서 요즘엔 남편 앞에서는 티 안 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치약이 안 나오면 얼른 새 치약 꺼내 놓고, 옆구리 잘린 헌 치약은 잘린 부분이 안 보이게 돌려놓기.
남편이 있을 때 화장지 심부름 시킬 일 있으면, 아이들이 뜯어 오는대로 받아서 슬쩍 필요한 칸 수만 뜯어 사용하고 나머지 잘 개어 놓기.

절약과 궁상은 진정 한 끗차인것 같습니다.

ps; 남편은 모를걸요. 한 칸의 화장지도 어느 땐 반으로 잘라 사용한다는 걸. ㅋㅋ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