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독해, 엄마의 경제 교육법

부지깽이와윤씨들|2011. 1. 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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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 딸도 그렇지만, 작은 녀석도 엄마랑 같이 쇼핑하다가 엄마가 원하는 게 있으면, (비싸지 않은 것) 잘 사줍니다.
덕분에 이월 상품이라 5천 원에 파는 남방도 얻었고, 털모자, 어느 땐 점심까지도 먹어봤습니다. ^^
아, 어제는 라면 전용 냄비를 작은 아이가 사 주었어요. 역시 5천원.. ㅎㅎ

남편은 아무리 과자 한 봉지 값이라도 아이들 돈을 쓰는 게 살이 저리다고까지 표현하지만, 저는 공짜 같아 좋기만 합니다. 철없고 속없는 엄마라는 거 압니다. ^^

특히 작은 아이는 엄마가 무언가 사 줄땐 반드시 뒤따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사 드릴게 통장에서 빼!"
어깨에 힘 팍 주고 아주 위풍당당해져서 소리칩니다. 
통장에서 빼라는 말은 자기 이름으로 된 입출금 통장이 있는데, 거기에서 필요한 만큼 출금하라는 말입니다.

카드를 사용할 때 직접 현금이 나가는 게 아니라 자칫하면 과다 사용이 될 수 있듯이. 아이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통장에서 돈이 빠지는 걸 잘 실감하지 못하나 봅니다. 또 하나는 이 엄마를 믿은 것이지요. 설마 엄마가 진짜로 뺄까 싶은....

우리 아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습니다.
저는 몇천 원이라도 잘 기억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빼 던가 은행 갈 일과 겹치면 몇천 원이라도 출금합니다.

(왼쪽의 만 오천 원, 구천 원이 작은 아이가 선물 남발한 흔적입니다. ^^ 라면 냄비 사 준 비용도 출금할것이 남았습니다.)


아이가 이걸 보더니, 엄마가 진짜로 돈을 뺄까 아닐까 반반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얘기하더군요.
12년을 살면서도 이 엄마를 잘 몰랐나 봅니다.

저는 돈 관계는 다른 무엇보다도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지간도 그렇고 부모와 자식(아무리 나이가 어릴지라도) 간에 빌린다는 조건으로 돈을 주고받았다면 백 원이든 천원이든 일단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짠한 마음에 받은 돈을 다시 돌려주는 한이 있어도 일단은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날 큰아이가 그러더군요.
다른 친구들은 세뱃돈을 엄마가 맡아 준다고 가져간 후로 보질 못했다고, 나중에 달라고 하면 너네 키우고 먹이는데 다 들어가서 없다고 한다고.
자기는 다 우리 집 같은 줄 알았답니다. 저는 아이들이 세뱃돈을 맡기면 그대로 각자의 통장에 저금해 줍니다.
그렇게 스스로 모은 돈으로 큰 아이는 일본으로 태권도 대회도 다녀왔습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내 돈이 아닌 이상 자식 돈 함부로 쓰기 싫고, 반대로 자식이 부모 돈이라고 제 돈처럼 생각하는 게 싫습니다.
자잘하게 얼마씩 빌려 가서 흐리멍텅 넘어가는 (달라고 하기도 뭣한 금액) 사람도 여럿 봤고, 내 돈이 아까우면 남의 돈도 귀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은 엄마의 독한 경제 교육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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