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아랫목 닮은 청국장 달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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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연탄으로 난방할 때는 아랫목, 윗목 구분이 확실했지요.
엄마는 집에서 직접 술을 담그시곤 했었기에, 아랫목 한편에 담요가 봉긋이 올라와 있으면, 술을 만들거나 혹은 청국장을 띄우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담요를 가만두어도 냄새가 솔솔 나지만, 어쩌다 들춰지기라도 하면, 꿀꿀하고 텁텁하고 알싸한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지곤 해서, 어린 맘에 코를 움켜잡곤 했답니다.

오잉~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 이 이야기가 나온 건가요.......
맞다, 맞다!!

오늘 아침에 만든 청국장 달걀찜을 먹다 보니, 뜬금없이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재료;   청국장 조금, 달걀2개, 생수 달걀 1개 만큼, 맛술, 소금, 파, 당근



달걀의 맛을 가리지 않을 만큼의 청국장을 준비하고, 달걀 2개 풀어 알 끈을 제거하고 체에 한 번 걸렀어요.
생수대신 우유를 사용하면 더욱 부드러운 달걀찜이 될텐데, 우리집엔 우유 귀신이 둘이나 있어 우유가 남아나질 않아요.
파와 당근을 굵게 다져 소금, 맛술과 함께 달걀에 섞고, 청국장도 넣고 콩 알맹이가 덩어리지지 않게 잘 저어요.


우리집에서 제일 작은 뚝배기에 달걀 1개만큼의 물을 부었어요.
어릴때 엄마께서 달걀찜을 하실때, 달걀 1개당 물은 달걀의 반 만큼만 부으면 된다고 하셨던 말씀이 주문처럼 저의 머릿속에 박혀있답니다. 그래서 꼭 그대로 해야만 하는 숙명(??)같은 걸 안고 있지용~ ㅋㅎㅎ

물이 보글 보글 끓으면 달걀물을 조금씩 부어 주며 젓가락으로 저어주며 익히면 끝~~







찜이 완성되어 가면서 살포시 청국장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
신 새벽이었지만, 거부감이 들 만큼은 아니었어요.


달걀찜 먹다 옛날 아랫목이 문득 생각난것이 아주 뜬금없는 일은 아니지 않나요?
뜨거운 청국장 달걀찜은, 뜨거운 아랫목에 앉아 있으면 냄새 살살 피우며 만들어지던 청국장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침이라 음식을 반기지 않는 입이지만, 이 달걀찜 덕분에 오전을 지낼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가벼운 달걀찜에 청국장이 들어 가서 좀 깊어진 맛.
그래서 더욱 든든한 기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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