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같은 생 떡국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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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드시면, 요즘 일어난 일들은 자주 헷갈리십니다.
예를 들면, 며칠 전에 누가 다녀가면 그날이 어제인지 그저께인지,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기억을 잘 못 하시지요.
(저도 가끔 그렇지만) 며칠 전에 했던 이야기를 오늘 또 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몇 십 년 전 일들은 하나도 안 잊어버리시고, 옆집 살던 이웃의 사돈까지 다 기억하신다는 겁니다.
몇 번씩이나 들어서 얼굴을 본 적도 없는 그 옛날 분들이 마치 저의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옛날에 만들어 드시던 음식들도 가끔 이야기하시는데, 수제비처럼 띄어 먹는 떡국이 있다는 것도 엄마에게서 들었어요.
신기한 생 떡국, 만들어봤습니다.

재료;   쌀가루, 소금, 소고기, 마늘, 파, 후추, 생수

제가 직접 빻은 쌀가루에 소금과 물로 빡빡하게 반죽을 했어요.


물이 끓으면 소고기를 넣고, 마늘과 파, 소금을 넣어 한 소끔 끓여요.

 

국물이 끓으면 불을 낮추어 놓고, 사진처럼 주걱에 반죽을 조금올려 젓가락으로 떼어 넣어요.
사진 찍으려고 접시위에 올려 놓고 했지만, 실제는 국물에 직접 떼어 넣어요.


바닥에 눌러 붙지 않게 저어 가며 익혀냅니다.




일반 떡국과 국물 맛은 같지만, 떡의 씹히는 맛은 확실히 다릅니다.
예전에는 부셔져서 밥으로 먹기는 어려운 '싸래기'를 모아서 만들었다고 해요.
일반떡이 매끌매끌한 반면, 이 생떡국은 조금 거친 맛이 느껴지고 씹는 맛이 있어요.




쪄서 떡을 뽑아 만드는게 아니라, 생가루를 반죽해서 끓이기 때문에 '생떡국'이라고 하나봅니다.



깍두기 하나 올려 미리 먹어 보는 설날 떡국.
생떡국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란 생각에 어쩐지 더 흐뭇한 맛이 느껴집니다. ^^

 


▶◀평소에 제가 존경하던 박완서 작가님이  담낭암 투병중 오늘 새벽에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참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고통없는 행복한 곳에 가셨으리라고 믿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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