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중학 선후배 앨범을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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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1회 졸업생, 딸은 37회 졸업생.
딸은 나의 중학교 26년 후배입니다. ^^
(지금 사는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참 오래도록 살고 있네요.)

오늘은 딸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이었어요.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 바뀌었으니, 졸업식 풍경이 바뀌는 거야 당연한 일이겠지요.
즐거운 잔치처럼 춤도 추고 밴드와 사물놀이 공연이 흥겨웠습니다.
마지막 교가를 부를땐 저도 따라 불렀답니다. ^^ (신기하게도 다 기억나더군요.)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경찰관들이었어요.
여자 중학교임에도 과격한(?) 졸업식 뒤풀이를 막기 위해, 졸업 며칠 전에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도 왔었는데, 당일이 되니 경찰관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더군요.

어제는 아이가 앨범을 가지고 왔습니다.
컬러풀하고 예쁜 앨범을 보고 있으니, 저의 졸업 앨범이 생각나 같이 꺼내 놓고 보았습니다.


가격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크기부터 다르네요. ㅎ
엄마와 딸의 졸업 앨범에 나와 있는 같은 교표를 보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원래 학교 선배라면 잘 모셔야(^^)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놈의 딸은 영 아닙니다.



시험까지 보며 외워야 했던 '국민교육헌장'. 후배의 앨범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세련되고 멋쟁이로 보이곤 했던, 나의 선생님들.


수학여행 사진에 붙여 놓은 설명들이 오늘 보니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딸과 함께 손가락을 펴지 못한채 보았답니다. ^^;

 

'보이 프렌드와 함께라면...', '여성 천국'. 뭡니까, 이게...  '뚱뚱이와 홀쭉이'는 또 어떻구요.



과학 선생님이 담임이었던 반 '퀴리부인과 퓨우처. '귀여운 토끼들'???
도저히 연관을 지을 수 없었던 '자라 자 너는 잠도 없니'


한 반에 60명도 넘었는데, 12반까지 있었습니다.
우리 후배(?)같은 경우에는 한 반에 30여명씩 8반까지고요.

그때 좀 놀았던 아이들은 지금쯤 뭘하고 있는지, 수학여행가서 밤새 수다 떨던 친구들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흑백 사진 속에 흑백 추억들이 띄엄띄엄 떠오릅니다.



개인 정보 보호라는 단어 조차 없던 때라, 친구들과 오래 오래 연락하라고 이름과 주소가 친절하게 나와있습니다. ㅎ


2011년산 앨범 좀 구경해 볼까요?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후배 앨범엔 손을 좀 댔습니다.)

질 좋은 종이에 칼라 사진들이 쏙쏙 박힌 잉크도 마르지 않은 최신식 앨범.
우리때보다 아이들 표정도 훨씬 밝고, 카메라 앵글을 늘상 보는 거울로 생각하는 세대들이라 표현이 자유롭고 자연스러워요.


수학여행 사진에 덧붙여진 설명들도 손발 오그라듬 따윈 없습니다.
하긴 2-30년 후에 보면 역시 닭살스럽게 느낄 수도 있겠지요?


26년 후배의 앨범속에 나온 아이들은 어쩜 하나같이 그리도 예쁘고 귀여운지요.
키가 작으면 작아서 귀엽고, 눈이 작으면 작은대로, 여드름 투성이 얼굴도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내게도 그런 파란 날들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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