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엔 잣 점으로 1년 운세 알아보는 날~

반응형

1년 중 딱 하루, 공식적으로 엄마는 점쟁이(??)가 되셨습니다.
엄마 앞에 앉아 있는 저는, 엄마의 손놀림과 중얼거리는 말소리, 몸짓 하나하나에 초 집중을 하며 긴장하고 있구요.
1년 운세가 어떻게 나올지 마음 졸이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ㅎㅎ 어릴 적 정월 대보름 전날 풍경입니다.
엄마는 잣으로 식구들의 1년 운세를 점치시곤 했어요.
불을 붙여서 불이 활활 잘 붙으면 그 해가 좋은 거고, 좀 약하다 싶으며 몸조심하면 되는 거구요.
미신이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해도, 점치는 그 순간만큼은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어 재미 삼아 우리 식구들의 점을 쳐 봅니다.

어제, 내가 기억 못 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차 엄마에게 물어보니, 과정을 설명해 주시면서 마지막에 덧붙이시더군요.
"잣은 불이 잘 붙게 생긴 걸로 골라야 한다." ^^;;
"그럼, 그럼. ^^"
재미있자고 하는 일에 맘 상하면 안 되니까요. ㅋㅋ

잣 점칠때 필요한 것들.
불 잘 붙게 생긴 잘 생긴 잣이 식구 수대로 있어야 하고, 불붙이기 쉽게 초(특별히 허브향을 선택), 긴 바늘이 필요해요.


바늘 끝에 신중하게 잣을 꽂고


엄마가 일러 준 대로, 점 볼 사람의 이름과 생년 월일, 앞으로 1년 동안 잘 되게 해 달라고 부처님, 하나님, 처녀귀신, 총각귀신, 달걀귀신, 안방신, 거실신, 주방신, 목욕탕신 등등 온 갖 신들께 소망을 말하고 불을 붙입니다.


불에 닿은 잣이 금방 활활 기세 좋게 탑니다.
아싸~
울 남편, 올 해도 건강하고 돈 마~~~~ㄶ이 번다고 하네요. ㅎㅎ

우리 4가족 모두 불이 활활 붙었습니다.
재미라고는 해도, 무지하게 기분 좋습니다. ^0^


온 몸을 불살라 미래를 점쳐주고 운명을 다 한 잣.
갑자기 이런 시가 떠오르는군요.
'검은 잣 차지 마라. 너는 온 몸을 불 살라 남의 앞 날을 비추어 준 적 있느냐..." ^^

 

 

바늘은 버릴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진처럼 잣 기름이 흐르고 불 때문에 색이 변하거든요.


오곡밥도 먹고, 부럼으로 하는 부스럼딱, 귀 밝기 술과 더불어 온 가족 둘러 앉아 잣 점 치며 한 해 무사와 안녕을 기원해 보는 것도 정월 대보름의 재미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