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정통신문을 보고 씁쓸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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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초라 두 아이가 가져오는 가정통신문이 하루에도 적게는 한 두 장에서 많게는 예닐곱 장이 될 때도 있습니다.
어제는 방과 후 수업 안내장까지 초등6 학년 작은 아이가 가져온 안내장이 10장은 되나 봅니다.
한 장씩 살펴보니 실종, 유괴 예방 교육 통신문도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죽 읽어 내려 가다 7번째 내용에서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것보다 자신의 안전이 우선임을 강조한다.

혹시 이런 시 기억하시나요?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도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경로 사상을 노래한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정철의 시입니다.

학생 시절, 이 시를 배우면서 철 없던 마음에도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엔 활자로만 표현되는 시가 됐네요.
함부로 타인의 친절을 받기도, 베풀기도 망설여 지는 시절입니다.

함께 보던 아이가 묻습니다.
"엄마, 그럼 모르는 할머니가 길 물어 보시면 어떻게해?"
나에게도 늙으신 엄마가 계시고, 간혹 다른 사람에게 길도 묻고 시간을 묻기도 했다는 말씀을 몇 번 들은 기억이 나지만, 아이에게 친절히 가르쳐 드리라고 말을 못 하겠더군요.
진짜 길을 모르는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99%는 넘겠지만,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방법은, 더구나 어린아이들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사고란 만명중에 한 명꼴로 일어 난다고 해도, 그 한명이 내가 된다면 만명이든 천만명이든 숫자는 무의미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멀찍이 떨어져서 가르쳐 드리거나, 못 들은 척 뛰어와. 에휴~ 어쩔 수가 없구나."

나이드신 분께 다가가 친철한 척 하며 신체 접촉을 해서 목걸이나 반지등을 빼가기도 한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기에, 혹시 나의 친절이 그 분을 불안하게 하지 않을까 싶어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노인분들을 길에서 만나지 않길 바라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일러드려야겠어요.
"엄마, 혹시 길이나 시간을 물었을때 아이들이 모른척 해도 서운해 하지 마셔. 요즘 세상이 그렇잖아. 아마 엄마 손자도 모르는 사람에겐 그렇게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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