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다 컸다는 결정적인 증거들

부지깽이와윤씨들|2011. 3. 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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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나의 두 아이를 키우며 피부로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증거들이니 모든 아이가 다 이렇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

처음에 큰딸이 이런 모습을 보였을 땐 그냥 그런가 보다, 여자아이라 그런가 하고 넘겼었는데, 몇 년 뒤 아들 녀석이 누나와 똑같은 모습을 보였을 때는, 내 아이가 더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엄마 품을 떠날 준비를 조금씩 하는 '독립적인 인격체'가 되어 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딸이 이런 모습에는 무슨 현상(?)인지 몰라 무덤덤했는데, 작은 아이의 이런 모습에선 더는 이 엄마만 의지하고 바라보는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에 쓸쓸하고 서운한 마음 99%에 흐뭇한 마음 1%가 느껴지네요.

내 아이가 다 컸다는 쓸쓸하고 흐뭇한 증거들이란,

1.   봄, 가을 학교 소풍에 도시락은 NO!!
     물론 저도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소풍 갈 때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았었지요.
     소풍가는 곳이면 거의 다 있는 패스트 푸드나 분식을 친구들과 사 먹게 됩니다.
     거추장스럽게 도시락 들고 다니는 것도, 길옆에 자리 깔고 앉아 먹는 것도 쑥스럽고 귀찮게 생각됩니다.

2.   겨울이 와도 내복은 NO!!
      딸 아이가 5학년 겨울 때, 전해에 입던 내복이 작아져 새 내복을 3-4벌쯤 새로 샀습니다.
      딱, 그해 겨울만 입었습니다. 6학년이 된 겨울에, 내복 입으라는 엄마를 외계인 쳐다보듯 하더군요.
      역시 나도 그러했기에 몇 번 더 권하다가 말았습니다.
      흐미~~ 아까운 내복. 결국엔 의류 수거함에 쏘옥~~
      6학년이 된 아들내미도 지난겨울엔 내복은 집에서 입는 실내복으로만 변신했습니다.
      누나보다 한 해 빨라졌네요. 이럴 줄 알고 내복이 작아졌음에도 안 샀습니다. ^^

3.   병원 약을 혼자 챙겨 먹기
     어릴때는 엄마가 식사 후 잊지 않고 약을 먹여야 하는 건 물론, 물약까지 있으면 약 컵에 정확한 양을 따라서 먹여야 합니다. 알약 종류가 두 가지만 돼도 종류대로 하나씩 뜯어서 먹여야 하구요. 어느새 아이는 엄마가 없어도 시간 맞춰 종류대로 약을 먹고, 물약도 엄마보다 더 정확하게 따라서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점점 엄마의 손길이 덜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편해진 만큼 엄마 마음은 서운~~ ㅠ

4.   손, 발톱 혼자 깎기
      얼마 전 작은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이제 혼자 손톱 깎아 보려고."
      "왜? 친구들은 다 혼자 깎는데?"
      "아니~ 창피하게 그런 걸 어떻게 물어봐. 그냥 눈치로 보니까 다 혼자 깎는 것 같더라구. 이제 내가 깎아 볼게."
      아들아~~~
      엄마보다 커 버린 너의 손, 발톱을 깎아 주며 이 엄마가 얼마나 흐뭇해 한 줄 아느냐?
      그걸 알면 넌 이런 소리 못 할걸.
      하지만, 어쩌겠느냐~
      엄마의 서운함을 덜 자고 자주적이고 독립적이 되어 가는 너를 막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걸~

이것 외에도, 이어폰 끼고 혼자 음악 들을때나 친구 전화를 자기방에 들어가서 받을때, 가족 외출에 빠지려고 할 때등도 있습니다

나도 이러면서 울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왔을 거란 생각에, 오늘도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합니다.
'부모란, 자식이 살아가며 진정으로 힘들 때 마지막으로 돌아갈 곳이라는 믿음을 주는 존재로만 남으면 되는 것. 나의 지나친 간섭과 관심이 아이의 날개를 무겁게 할 수도 있으니 명심. 스스로 날아 오를 때 용감하고 거침 없이 날 수 있도록 믿음을 가지고 지켜 보는 게 나의 일임을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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