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수술 대기실에서 빵 터졌던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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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도 넘었나 봐요.
목욕 가시다 마지막 계단에서 넘어지신 후유증으로 허리뼈에 살짝 금이 간 우리 엄마.
다행히, 쉽게 말해 시멘트 같은 역할을 하는 약을 주사기에 넣어 금 간 뼈에 때우기만 하는, 높은 연세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우리에게 의사선생님이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며 안심하라던 '시술'을 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고 해도 전날 자정부터 금식을 하시고 오전 중에 시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동 침대 위에 누우신 채로 수술실로 옮겨지는 동안 엄마나 가족들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자동으로 열리는 수술 대기실에 들어가서 머리에 캡을 씌울 때는 저절로 목이 멨습니다.
팔십몇 년을 사시는 동안 여기저기 아프기는 했어도 몸에 칼을 대 본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게 웬일이냐며 신세 한탄을 섞어 걱정하시던 엄마, 주사 한 방 맞는 것처럼 간단한 거라고 엄마를 안심시키는 가족들도 높은 연세와 약한 엄마의 체력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금방 끝날 거라고 엄마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잔뜩 긴장하고 있던 수술 대기실을 한순간 말랑말랑한 풍선껌으로 만든 엄마의 한 마디가 있었으니.
수술실의 절차에 따라 간호사가 엄마에게 질문을 몇 가지 합니다.
귀가 약간 어두우시다는 저의 말에, 한눈에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간호사가 목청을 높여 엄마의 귓가에 대고 이야기합니다.
"할머니, 본인 확인 좀 할게요."
"응~"
"할머니 성함이요."
"김 * *"
"주민등록 번호는요."
오잉? 할머니 중에 자신의 주민 번호를 알고 계시는 분이 월매나 된다고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하시나?
어금니 깨물며 웃음 섞어 제가 얘기합니다.
'호호, 잘 모르시지요. 호호."
아마 어린 간호사는 주민번호 앞번호는 생일이니까, 그 앞번호로 확인을 하려고 생각했나 봅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주민번호는 실제 생일과 일치하니까요)
"아, 예~ 그럼 할머니, 생신은요. 몇 년 몇 월 며칠이세요?"
"응~ 생일? 동짓달 열엿 세~~"
.
.
.
.
.

간호사도 함박웃음, 잔뜩 긴장해 있던 동생과 저는 귀엽기 한이 없는(??) 엄마 덕분에, 침울했던 수술 대기실에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옛날 분이라 당연히 음력으로 말씀하신 데다가 실제 태어난 날과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달라서 제가 대신 확인을 해서 '시술'을 무사히 마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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