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도 전염이 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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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이른 아침, 작은 아이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산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탑니다.
시간 탓인지 승객이 서너 명밖에 없네요.
우리가 가려고 하는 산 밑에서 아마 노점을 하시는 듯한 할아버지도 한 분 계십니다.
큰 트렁크에 큼직한 보따리가 두세 개는 되네요.

버스에 오르자마자 기사분이 먼저 인사를 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아이가 먼저 맨 뒷좌석으로 가고, 저는 차비를 넣고 조금 뒤처져서 가기 시작하는데 기사분이
"손잡이 꼭 잡고 가세요."
친절하게 말씀하십니다.

맨 뒷좌석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니, 버스 상황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타셨던 50대 부부, 남편 뒷자리에 앉아 있던 아내분께서 환한 햇볕에 비친 남편의 새치를 뽑아 줍니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집니다. 한 번에 안 뽑혀 여러 번 잡아당기는데,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도 남편분은 잘 참으시는군요. ^^

기사분은 저에게 했던 인사를 타시는 모든 분께 다 하십니다.
더구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께는
"앉으시면 출발합니다. 천천히 앉으셔도 됩니다."
급출발에 익숙해져서 버스 타면 얼른 자리 잡으려고 허둥대게 되는데, 노인분들은 더욱 불안하시겠지요.
가끔 어떤 기사분은 무작정 출발을 해서, 연세 드신 분들이 중심을 못 잡아 쩔쩔매게 하기도 하거든요.
이런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기사분의 뒷머리와 하얀 면장갑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요.

드디어 산 밑 정류장까지 다 와 가고, 모든 승객분이 다 여기서 내릴 채비를 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트렁크에 짐 보따리까지, 힘겹게 하나씩 출구에 끌어다 놓기 시작합니다.
그때 부부 중에 남편분이 내리시냐며 보따리들을 옮겨 주십니다.
다른 분도 함께 도와주십니다.
맨 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친절한 기사분의 '친절 바이러스'가 온 버스 안을 전염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를 내릴 때도 두 분이 모두 내려 주셨구요.

버스를 내려 걸어가는데, 짐 때문에 뒤에서 지체 하셨던 부부의 이야기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서 장사하시는 거예요? 저희도 그쪽으로 가니까 들어다 드릴게요."

날씨도 따뜻하고 마음도 따뜻했던 등산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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