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게 주지 않은 99가지 중 하나, 5분

부지깽이와윤씨들|2011. 5. 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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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송곳으로 허벅지라도 찔러야 할까 봅니다.
저 구석으로 던져 놓은 휴대전화기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이 자꾸 돌아갑니다.
"안돼, 참앗! 항상 반복되는 일이잖아. 매번 '버스 내렸어'나'집 앞'이라는 문자를 받잖아. 참앗!"
중얼중얼 나를 타이르며 TV에 집중해 보려 노력합니다.

두 아이가 방과 후 집에 오는 시간은 거의 일정합니다.
작은 아이 초등학교는 바로 집 뒤라, 집에 오는 시간이 아주 늦어지지 않는 이상은 간혹 주위에 어슬렁거리는 형아(??)들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아이가 고학년이기도 해서 걱정이 덜 합니다.
반면에 올해 고1이 되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큰딸은 훨씬 걱정스럽지요.
걱정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지만, 집으로 오는 중에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을까 봐 항상 신경이 쓰입니다.
다른 아이들도 잘 다니는데 무슨 일이야 있으랴 싶지만, 어쨋든 현관문 열고 들어 와야 안심이 됩니다.
그러니, 집에 올 시간이 지났거나, 문득 '잘 오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저의 유별난 '조급증', 신이 내게 준 99가지 중 한 가지.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문자를 보낼까 말까 참다 참다 보내면, 거의 매번 '버스에서 내렸어'라든가 '집 앞'이라니요.
저의 참을성의 한계는 2분을 남겨 놓고 항상 폭발하나 봅니다.
이런 딸의 답문자를 받으면 그때마다 땅을 치고 후회하지요.
"으이구~ 5분만 참을 걸~"

신이 내게 주지 않은 99가지 중 하나, 5분.

저의 '어디니?'라는 문자에 위에 글처럼 담담하게 답을 하던 딸이 어느날은 '나 이제 갈꺼'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어쩐일로 먼저 문자?'라고 했더니, 아래 글처럼 답을 보냈습니다.

 


^^;;

얘가 그 동안의 저의 갈등을 눈치챘나봅니다.

그 이후로는 간혹 먼저 '나 이제 출발' 이라든가, '지금감'이라는 선문자를 날려 가정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연락없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신이 주지 않은 그 5분을 스스로 내게 주고자 '도'를 닦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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