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없는 이틀 동안 처절했던 맏이의 절규 *^^*

부지깽이와윤씨들|2011. 6. 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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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막내가(아이 둘 중에 둘째를 막내라고 부르니 아이가 대 여섯은 되는 것 같은 기분. ^^) 학교에서 영어 마을에 장장 5박 6일 동안 다녀옵니다.
한창 크는 때라 옷도 많이 사지 않아 3-4벌을 세탁해서 돌려 가며 입는데, 엿새 동안이나 입어야 하니 옷도 좀 사야 하고 일본 뇌염 접종도 오늘내일 중으로 해야 해서 마음이 바쁩니다.

문득 지난봄에 막내가 2박 3일 수학여행을 갔던 때에, 우리 맏이의 처절한(?) 마음이 생각나서 웃음이 납니다.

1996년도에 태어난 울 딸의 온 세상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외동이 생활은 1999년도 4월에 태어난 남동생 때문에 영원히 끝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영원한 '맏이'가 된 것이지요.
나나 아빠 생각엔 맏이와 막내를 별 차별 안 두고 키운 것 같은데 가끔
"동생아, 네가 맏이의 비애를 알어? 엄마, 아빠도 거의 막내라 잘 모를걸."
불평을 하곤 합니다.

2박 3일 수학여행을 막내가 떠난 날 저녁, 학교에서 밤 8시쯤에 집에 온 맏이.
"엄마, 윤똘(누나가 동생을 부르는 애칭) 없으니까 내가 막내지? 오늘 내일을 막내로서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뭘 해야 보람있게 보내는 걸까?  윤똘이 있어서 엄마랑 못 했던 일이 뭐가 있지?"
아주 안달이 났습니다.
동생이 없는 2일의 행복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나 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요.
식구가 많았던 십대 시절, 혼자 쓰는 방은 고사하고 집에 나 혼자 있을 틈도 별로 없었어요.
항상 언니나 엄마나 남동생등 누군가와 함께 있었지요.
그 나이땐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어느날, 어떤 일로 인지 혼자 텅 빈 집에 있게 됐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깝던지..
마루에 시계 추를 건들이며 흐르는 시간이 어찌나 아쉽고 소중하던지...
평소에 혼자 있으면 하고 싶었던 일들이 무엇이었나 생각에 또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엔, 무얼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다가 식구들이 하나 둘 돌아 오고 말았지요. ㅜ

우리 맏이의 마음을 충분히 알겠기에 하고 싶은 게 무어냐고 물어도, 제가 어린 날 느꼈던 기분을 아이도 느끼는지 무언가 하긴 해 겠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밤 8시에 집에 와서 교복도 안 갈아입고 앉아, 보람 있는 '2일 막내' 노릇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10시가 돼버려서 그날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2틀째이자 마지막 밤인 다음 날 저녁.
역시 어제와 같은 시간에 맏이가 왔습니다.
막내도 없으니 둘이 밤 영화라도 보러 가면 좋으련만, 오후에 집에 오면 저는 다신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성격이어서 저 혼자만 생각하고 맏이에겐 말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보러 가자고 할까 봐.. ㅎㅎ

또 교복도 안 벗고 앉아 갈등만 하는 우리 맏이.
"어유, 어떡해, 엄마. 오늘이 마지막이란 말이야. 내일부턴 다시 내가 맏이라고. 뭔가 보람차고 뿌듯한, 윤똘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 뭐 없을까? 응?"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맏이라서, 동생이 있다고 해서 못 했던 일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단지 생활 속에서 맏이라 느꼈을, 동생보다 조금은 손해 본다는 그런 상황들 때문에 막내가 혹은 외동이가 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결국엔,

 



동생 있을 때도 때때로 시켜 먹던 중국집 세트 메뉴 2번이 맏이의 막내 노릇의 결론이었습니다. ^^

괜스레 안 된 마음에 TV앞에 작은 상 펴 놓고 먹자고 제가 먼저 얘기했고요.
앗, 또 한가지 있군요.
동생이 있으면 못 봤을 케이블 채널의 영화도 한 편 틀어 놓고 둘이 키득키득 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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