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남편, 누굴 부르며 들어 오나요?

부지깽이와윤씨들|2011. 6. 2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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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맏이로서 불만이 있듯이, 작은 아이도 나름대로 불만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 한 가지.

올봄, 큰 아이가 수학여행을 가고 2박 3일 집을 비운 첫날이었습니다.
퇴근하는 남편, 딸이 집에 없다는 걸 깜빡했는지 딸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옵니다.
"ㅇㅇ 아~~~"
"집에 없는디유~~"
제가 장난스럽게 받아치자 남편은
"아~ 맞다. 깜빡했다."
웃어버립니다.
16-7년을 퇴근할 때 마다 큰 아이의 이름을 불렀으니, 그 이름이 입에 착 붙을 만도 합니다.

듣고 있던 작은 아이
"흥~ 아빠는 맨날 누나 이름만 부르고...."
서운한 티를 냅니다.

그러고 보니, 퇴근하며 작은 아이 이름을 부르며 들어 온 적이 있긴 있었나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작은 아이가 상을 받았거나 무언가 칭찬할 일이 있는 저녁에,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사오면서는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 아니었기에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호칭에 무심할 때도 작은 아이는 누나 이름만 부르고 퇴근하는 아빠가 서운했나 봅니다.

남편이 우리 맏이인 딸에게 애틋한 걸 아시는 친정 엄마는
"첫정이라 그런 거다, 첫 자식이라 첫 마음을 주어서 그런 거다."
하십니다.
3년 만에 둘째가 태어났어도, 퇴근하며 부르는 이름은 변함없이 첫째였고 지금도 여전히 첫째입니다.
맏이라 그런 것도 있고, 아빠와 딸이란 엄마와 딸의 사이보다도 더 애틋하고 애절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 맏이가 결혼이나 독립을 해서 따로 살기 전에는, 우리 둘째는 퇴근하며 부르는 아빠의 호칭만은 누나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 누나가 없어도 누나 이름을 부르며 들어 오는 아빠가 서운하다고 말했던 그 다음날 저녁, 아빠는 신경 써서 둘째 이름을 부르며 들어옵니다.
하지만, 누나가 온 그 다음 날 바로 원상복귀!! ^^

우리 막내, 저녁 호칭만큼은 누나에게 양보하자~
너는 다른 방식으로 아빠가 사랑해 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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