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텔레파시를 아시나요? ^^

부지깽이와윤씨들|2011. 7. 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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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한 방에 통한 텔레파시에 경이로움을 느끼신 적이 있으신가요?


낮 동안의 뜨거운 햇볕이 지고 나니, 낮보다 더 무덥게 느껴지던 어느 날 저녁.
아이들 저녁먹이고 뒷설거지를 하다 보니 힘도 들고 기운도 없고 목도 탔습니다.

겨우 집 안 정리까지 다 끝내고 앉으며 제가 장난삼아 아들에게 말을 했지요.
"시원한 맥주 한잔 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아빠한테 텔레파시 보내서 사오시라고 해 볼게. 어디 아빠랑 엄마랑 얼마나 통하나 시험해 보자. 지지지지지~~~~"

퇴근 시간이 밤 9시가 넘는 남편을 난 TV 앞에서 열심히 텔레파시를 보내며, 아들은 식탁에서 핸드폰으로 음악 들으며 그림을 그리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후 퇴근한 남편의 두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 속에 맥주 2병과 아이들 빙수가 들어 있습니다.
"와!! 텔레파시가 통했나 봐. 내가 텔레파시 막 보냈어, 왠일이니 왠일이니."
저는 신기하고도 놀라워서 호들갑이 절로 나왔습니다.
"내가 자기 목마를 것 같아서 사왔지~ 잘했지?"
남편의 생색내기에 엉덩이도 한 번 두들겨 주었습니다.
더 시원하고 맛있으라고 병 맥주를 사왔다는 남편을 다시 한번 칭찬(?)해 주며, 아이들은 빙수를 우리 부부는 시원한 음주를 즐기며 저는 텔레파시가 통한 게 정말 신기해서 그 얘기를 하고 또 했습니다.

거의 다 먹고 마셔갈 즈음, 슬며시 핸드폰을 가져오는 남편.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더니 내 눈앞에 쓱 내밉니다.

 


'어머니께서 맥주를 드시고 싶으시대. 텔레파시 보내셨다는데 전화하시지 말고 사오셔요, 텔레파시통한 것처럼. ㅋㅋ'

?
?
?
?
?
?
?

이런, 따쓰~~~~~~
2분쯤 들여다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어이없어 웃는 나, 재미있다고 웃는 세 윤씨....
쩝.

나의 텔레파시는 바로 아들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지나가는 말로 기운 없다, 감기 걸렸나 보다 하면 곧바로 아빠한테 문자를 해서 나 혼자 넘어가도 되는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아들입니다.
문자 받은 아빠는 걱정이 돼서 나한테 전화를 한다든가, 아니면 알아서 아프다면 약을, 기운 없다고 하면 먹을거리를 사오는 통에 아들 앞에서는 이제 아무 소리도 안 하기로 다짐했었지요.

이날도 엄마가 텔레파시 보낼 거니까, 아빠에게 문자 보내지 말라고 말했건만, 엄마 몰래 하느라고 받침도 다 틀린 '텔레파시'를 아빠에게 보냈던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통했다고 신기해서 폴짝폴짝 뛰고 손뼉까지 쳐 댔으니, 아빠와 아들이 얼마나 재미있었겠어요.

그려~ 아들아~
네가 영원히 엄마의 텔레파시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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