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변하게 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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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편과의 사소한 언쟁이 귀찮아진다.
   -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 아니고는 말싸움이 귀찮다. 싸우고 화나고 풀어짐의 과정이 뻔하기에 웬만하면 (마음속으론 인정을 안 하면서도) 대충 마무리 짓고 넘어간다.


2. 요즘 머릿속이 스멀스멀 간지럽다.
   - 비듬이라는 생각 보다, 문득 엄마의 '머릿속이 가려운 걸 보니 흰머리가 더 생기는가 보다.' 하시는 말씀이 생각난다. 1년 전 한 가닥의 새치(라고 생각하고 싶음)를 발견한 이후로 드는 생각.


3. 인간사의 '다양성'과 '절대'란 없음을 알게 된다.
   - 예전엔 흑백의 논리로만 세상을 봤다면 이젠 '빨주노초파남보'와 그 사이사이에 생겨나는 수많은 색깔의 '개인의 사정'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됐다. 아직도 이해 안 돼 발끈할 때도 있지만. 그리고 이 세상엔 '절대'를 붙여서 장담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4. 화장실의 전등을 켜지 않고 들어간다.
   - 예전에 엄마가 저녁 시간이라 깜깜하진 않아도 어둑한 화장실에 불도 안 켜고 들어가시는 걸 보고 '전기세가 얼마나 나온다고 저러시나. 좀 궁상맞아 보여. 난 저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젠 내가 그러고 있다. 어둡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불을 켜고 들어가는 식구들에겐 폭풍 잔소리~


5. 길에서 멋진 청년을 보면..
   - 상상 속에서 울 딸을 멋진 청년 옆에 세워 본다. 사윗감으로 어떨까 생각하면서...


6. 검은 비닐 봉투 들고 다니는 게 어색하지 않다.
   - 엄마네서 무언가 얻어 올 때도 항상 쇼핑백에 담아 왔는데, 이젠 얻어 오는 것만 신이 나서 내용물이 비치지만 않는 다면 봉투 따윈 신경도 안 쓰인다.


7. 모르는 사람과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하다.
   - 낯선 사람과는 눈도 안 마주치던 내가 마트나 옷 가게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5분 이상 대화가 가능해졌다.


8. 전에 읽었던 책을 새로운 책처럼 읽을 수가 있다.
   - 싫증 잘 내는 나. 한 번 읽었던 책은 두 번 다시 읽지 않았는데, 이젠 새로 산 책처럼 새로운 감동과 느낌을 받으며 다시 읽을 수 있다. 생전 처음 읽는 책처럼 어찌나 재미있고 신선한지...아마 다음에 또 읽어도 그럴 듯. 내 머릿속에 점보 지우개가 들어 있나 보다. 흠~ 책값은 덜 들겠구먼...


9. 미장원 가는 게 귀찮다.
   - 일주일 만에 다시 가서 새로운 스타일로 파마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건만, 이젠 미장원에 앉아 있는 시간도 아깝고 귀찮은 생각에 참을 수 있을 때 까지 참다 어쩔 수 없을 지경이 돼야 간다.
아~ 이래서 할머니들이 오~~래 가는 뽀글이 파마를 하시는구나.


10. 남의 눈물은 내 눈물.
    - TV에 나오는 마음 아픈 사연과 눈물들에 0.00001초로 반응해서, 그런 내용만 나오면 울 아들은 내 얼굴부터 살핀다.


11. 소용없는 걱정이 늘어간다.
    - 내가 생각해도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일을 걱정까지 할 때가 있다. 걱정이 늘어 가니 잔소리도 늘어가 한 번 한 잔소리를 또 하고 또 하고.. 정말 싫은 내 모습 중의 하나다.


12. 입 맛이 바뀐다.
    - 좋아했던 게 싫어지고 싫어 하던 게 좋아지고. 신 김치만 먹고 팍팍한 밤 고구마를 더 좋아했었는데, 신 김치는 국물도 못 먹겠고, 목구멍이 콕 막히는 것 같은 밤 고구마보다 물렁물렁한 호박 고구마가 좋다.


 

나 자체가 변한 건지, 세월탓인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가는 청춘 잡을 수 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 했던가.
옛날엔 40넘으면 '중늙이'라고 했다는 글을 읽고 충격을 심하게 받았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빨간색이 좋아지고 있진 않으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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