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을 보여준 고추 부각 정복기

밑반찬술안주|2011. 11. 1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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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형님이 마지막 끝물이라며 고추를 이따~~~~~만큼 보내주셨어요.
내가 아무리 쌈장에 찍어 먹는 고추를 좋아하다고 한들 올해가 다 가도 다 먹지 못할 양이요.
엄마도 나눠 드렸건만, 그래도 많이 남아 혹시 냉장고에서 시드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어요.
하나하나 소중하게 이 고추를 땄을 형님을 생각하니 다른 수를 내야 했습니다.

간장 달여 붓는 장아찌는 이미 '내 것 남의 것' 해서 몇 병이 있으니 또 만들 수가 없어서, 매운 고추는 잘게 썰어 냉동실에 얼리고 맵지 않은 고추는 부각을 생전 처음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고추 부각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잘 말리기만 하면 돼요. ㅎㅎ (이 말투, 아시죵?)

준비물;  고추, 밀가루, 소금, 튀김 기름, 설탕

잘 씻은 고추를 반을 갈라, 씨도 대충 빼고 밀가루도 잘 묻게 하기 위해 두어번 더 헹구어 물기를 대충 빼요.

 


처음엔 이렇게 비닐 봉지에 밀가루를 담고 손질한 고추를 넣어 흔들어 발랐는데, 물기와 밀가루가 만나 봉지에 묻어 손실이 되서 많은 양을 할 때는 썩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나중엔 큰 양푼에 밀가루와 고추를 담아 손으로 살살 묻혀 털어

 


김 오른 찜기에 넣고 간 맞춰 소금 뿌려 3-4분간 쪄 낸 후, 채반에 하나씩 간격을 두고 얹어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4박 5일을 말렸어요.
그 날 중엔 비 오는 날도 있어서, 넣어 두었던 선풍기를 다시 꺼내 말리기도 했어요.
가끔 뒤집어 가며 골고루 잘 말려야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정성껏 들여다 보고 또 보고 하며 말렸어요.

'건조기'라는 낱말이 머릿속에 맴 돌던 날들이었답니다. ^^

 






기름에 튀긴 후 설탕 솔~솔~.
으아~ 그래, 나의 참을성이 아직은 죽지 않은게야. ㅎㅎ
위대한 4박 5일간의 나의 기다림이여~~~

 



그래서 바사삭 부서지는 소리도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특별한 솜씨 없어도 그저 기다려 주기만 해도 이런 근사한 음식이 만들어 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만든 고추 부각.

 



밥 반찬은 물론이고, 입이 심심할때 군것질로도 그만인 고추 부각.
잘 말라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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